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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정관리 삼환 ‘불법·독단경영’
첫 중동 진출에 워커힐호텔, 플라자호텔, 신라호텔 건립…. 국내 건설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삼환기업은 지금도 도급순위 29위에 드는 중견 건설업체이다. 화려한 역사와 탄탄한 실적을 쌓고 있던 그 삼환기업의 사세가 기울어 법정관리에 처해지는 비운에 빠졌다. 그 이면에는 대주주 일가의 불법과 전횡이 깔려 있었다는 내부 증언이 터져나오고 있다.
삼환기업 노조는 지난 24일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허종 사장을 해임해 달라는 의견서를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에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삼환 노조는 의견서에서 “대주주인 최용권 회장이 회사 임원 등의 이름을 빌려 차명주식을 관리해 온 내역을 확보했다”며 “허종 사장의 이름도 차명계좌 내역에 들어 있다”고 밝혔다. 허 사장은 최용권 회장의 고교 동창으로, 2006년부터 사장을 맡고 있다. 노조가 증거물로 제시한 ‘차명주식 관리 내역’(사진)을 보면 최 회장은 2007년 4월 이후 17차례에 걸쳐 허 사장 명의로 회사 주식 5만660주(지분율 0.43%, 매입가 13억4000만원)를 사들였다. 최 회장은 또 2008년 3월부터 18차례에 걸쳐 박상국 총괄부사장 명의로 회사 주식 5만9900주(0.51%, 10억800만원어치)를 매입했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노조에서 지적한 해당 주식은 허 사장 소유이며, 차명주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조, 총수일가 온갖 전횡 폭로
“임원 명의로 차명주식 관리
계열사돈 130억 본사지원 지시”
출근도 않는 아버지·아들까지
삼환까뮤서 매달 5천만원 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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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쪽 “정상적 절차 거쳤다”
노조는 회사가 건설현장 인원을 허위로 부풀리는 방식으로 불법 비자금을 만들어 허종 사장이 방문할 때마다 100만원씩 지급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허 사장의 현장방문이 월 2~6차례에 달해 전체 비자금 규모는 최소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삼환까뮤 노조도 최용권 회장과 부친인 최종환 명예회장(창업자), 아들인 최제욱 상무 등 3명이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으면서 다달이 5000만원씩 수년째 급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17일 회사에 시정을 촉구했다. 최 명예회장은 1925년생(87살)으로 10년 전부터 투병중이다. 노조는 총수 아들(최제욱)이 대주주인 우성개발에 사무실 임대료 명목으로 삼환까뮤가 매달 420만원씩 10년째 불법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삼환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노조가 제기하는 의혹들에 대해 일일이 대답하기는 힘들지만 모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처리된 사안들로 안다”고 말했다. 삼환까뮤는 최 회장 일가 3명에 대한 급여 지급을 7월분부터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들이 제기한 삼환 총수 일가의 부정, 비리, 불법은 빙산의 일각이다. 최용권 회장은 삼환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심해지자 지난 6월 초 계열사인 삼환까뮤에 회사 자금 130억원을 지원하도록 불법 지시했다.
삼환 관계자는 “삼환까뮤 경영진들이 삼환기업의 경영난이 심한 상황에서 회사 자금을 빌려주는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며 반대했으나 최 회장이 묵살하고 강행해 결국 경영사정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삼환까뮤까지 어려움을 겪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삼환까뮤의 주가는 6월 말에 최고 3560원이었으나 7월 초 이후 악소문에 휩싸여 현재는 2000원대 안팎까지 40% 이상 폭락해, 소액투자자들의 손해배상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환 임직원들과 노조는 총수 일가의 독단과 오판도 회사의 위기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삼환의 한 임원은 “토목사업 비중이 70~80%로 높아 주택경기 부진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작고 보유자산도 서울 소공동 부지 등을 포함해 4000억~5000억원에 이른다”며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회사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경영진이 계속 미분양 주택 할인매각과 보유 부동산 조기매각을 건의했으나 최 회장의 반대로 위기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대 초 완공한 서울 한남동 리버힐 빌라는 최 회장이 30억원에 육박하는 분양값을 고집하면서 할인판매를 막아, 전체 32채 중에서 3채만 회장 일가가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는 10년째 빈집으로 남아 있다. 삼환이 2010년 초에 완공한 경주시 용강동 미분양 아파트의 할인판매 지연, 알짜배기인 서울 소공동 부지의 매각 지연도 비슷한 사례다. 삼환 임원은 “회사가 지난 3~4년간 부담한 금융권 이자만 2000억원에 가깝다”며 “최 회장이 미분양 주택 할인매각과 유휴 부동산 조기매각을 막지만 않았어도 지금 같은 위기는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처럼 회사의 위기를 자초하고도 지난 6월 이후 채권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사재 출연을 거부하고 법정관리를 선택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여줬다. 삼환 임원은 “최 회장은 보유재산이 1조원대로 알려질 정도로 재력가인데도 300억원의 사재 출연 요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 지금까지 채무는 모두 동결되지만, 금융권으로부터 신규 자금지원을 받지 못해 기존 사업의 차질은 물론 700여개에 이르는 중소 협력업체들이 고사 위기를 맞게 된다. 삼환이 협력업체에 줘야 할 돈은 1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측면에서 부당한 의사결정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힌 대주주의 책임을 더욱 엄하게 묻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총수 일가가 채권단 지원으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이후 경영권을 재장악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재명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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