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0일 월요일

위기의 자영업자…상가도 공장도 빚담보로



- 가파른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 증가율, 주담대의 5배
- 연체율 주담대의 1.5배…경기불황에 부실위험 급증

[이데일리 이재헌 기자] “빚 갚으려고 가게 내놓았다며…” 드라마에서 나오던 이 대사가 자영업자들에게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상가와 공장 등을 맡기고 대출을 받으면서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가와 공장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한 금액이 올해 5월까지 4.9%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린 액수의 증가율(0.9%)보다 5배 이상 높다. 2010년부터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이하 상업용대출)의 증가율은 주택담보대출을 넘었고 이제는 그 격차를 벌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개인의 신용과 주택을 맡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가게까지 넘겨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변성식 한국은행 조기경보팀 차장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 등으로 창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상가를 담보로 한 개인사업자 대출이 크게 늘고 있고 작년, 정부의 가계대출종합대책이 나온 이후 은행이 가계대출 대신 개인사업자 대출에 신경을 쓴 점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업용 대출이 26조 2000억원 늘었는데 이 중 48.9%가 개인사업자의 대출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올해 개인사업자의 대출비중도 전체의 37%까지 많아졌다.

문제는 이러한 대출의 부실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이후 잠잠하던 상업용대출의 연체율은 올 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원금이나 이자를 최고 한 달 이상 받지 못한 위험대출(요주의 여신)의 비율도 주담대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인 중·저신용등급의 비중도 38.4%(주담대 29.4%)에 육박한다. 올 들어 우리나라의 신설법인은 월평균 6350개 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그만큼 위험한 사업자도 늘고 있다는 뜻이다. 상업용 대출이 부도 위험을 맞으면 관련된 가계가 모두 생계를 잃기 때문에 기업과 가계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국내 민간소비가 꽉 막힌 상황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변 차장은 “최근 경기불황으로 자영업자의 소득이 줄고 있어 상업용 대출의 건전성도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원래 이번 조사는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싣기 위해 국내 6개 시중은행(우리·국민·신한·하나·농협·기업)을 상대로 실시했지만, 그 위험성을 미리 알리는 차원에서 미리 공개됐다.


이재헌 기자 honey@edaily.co.kr

이재헌 (hone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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