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부가 전력난을 빌미로 고리원전 1호기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지역주민들이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부산시원자력안전대책위원들이 고리 1호기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
정부가 26일 올 여름철 심각한 전력난을 감안해 오는 8월 3일까지는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부득이하게 재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정부 스스로가 국민과 지역주민들에게 한 약속을 저버린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높다.
지경부가 고리 1호기의 재가동 시점을 8월 3일께로 잡은 이유는 원전이 가동에 들어가 최대출력 100%에 도달하려면 최소 10여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정비 끝낸 '월성1호' 시운전 마친 '신월성1호' 가동하면
170만kW 추가 확보돼… "전력난 논리는 재가동 꼼수"
■ 약속·절차 무시한 밀어붙이기
지경부는 지난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 발표를 통해 고리 1호기의 재가동을 허용한데 따른 후속조치로 '충분한 소통 활동을 전제로 한 재가동 여부 결정'방침을 공식 천명한 바 있다.

특히 문제는 정부가 고리 1호기의 직접 당사자인 지역 주민대표들과의 충분한 합의 조차 이끌어내지 못한 채 소통 활동한지 겨우 20여일만에 절차를 무시하고 고리1호기 재가동 강행이라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강창순 원안위원장이 부산시를 방문해 고리 1호기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를 설명한 것을 시작으로, 홍 지경장관이 지난 6일과 7일, 14일 모두 3 차례에 걸쳐 부산지역을 직접 방문해 언론간담회와 주민간담회, 주민대표 면담 등을 가졌다. 원안위와 한수원 차원에서도 전문가 토론회 및 주민 설명회, 지역언론 대상 설명회 등이 속전속결식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지경부와 한수원은 고리 1호기가 위치한 부산 기장군 장안읍 등 지역 주민대표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면담 등 설득작업을 통해 거의 의견접근을 이뤄냈으나 아직 절차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정부·주민대표간 접촉을 통해 양측은 원안위의 안전점검 결과에 대한 문서 확인작업을 거쳐 문제가 없다고 결론나면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다만, 각론에서 문서확인 방식을 두고 주민대표 측은 지경부·한수원·원안위 등을 뺀 순수 주민대표 측 전문가들이 '단독확인'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는 반면, 지경부와 한수원은 '정부·주민대표 공동확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주민대표 측은 지난 2월 9일 고리 1호기 정전사고에 대한 은폐 논란을 계기로 원안위가 지난 5~6월 2개월여간 진행한 고리 1호기 안전점검 결과는 물론, 지난 2007년 고리 1호기 설계수명 연장 당시 원안위의 '고리 1호기 압력용기 테스트 결과' 문서 일체까지를 제공받아 직접 확인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원안위의 점검 절차가 적절했는지,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압력용기의 안전확인 등 점검 내용이 신뢰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재가동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주민대표 측 입장이다.
이에 대해지경부와 한수원은 "원안위의 안점점검 결과를 100% 신뢰한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원전점검문서 내용에 대한 충분한 해석·설명 등을 위해서는 공동확인 작업이 필수적인 만큼 문서 일체를 일방적으로 넘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원전 당국은 고리1호기 폐쇄 등을 요구하는 환경·시민단체, 정치권과의 소통 활동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단계다.
■ '심각한 전력난' 정말 맞나?
정부가 고리 1호기 재가동 명분으로 의도적으로 '전력난'을 과잉 홍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 장관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오는 8월에 폭염이 오면 '블랙아웃'(일시적인 대규모 정전 사태)이 올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현재 발전정지된 국내 원전 4기 중 고리 1호기만 즉각 재가동이 가능하고 나머지 3기는 물리적으로 단기간내 가동이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한수원에 자료 요청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발전정지중인 울진 3, 4호기와 월성 1호기, 고리 1호기 등 4기 가운데 설비용량 587MW(58만7천㎾)급 고리 1호기보다 오히려 설비용량이 큰 679MW(67만9천㎾)급 월성 1호기가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오는 29일 재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더욱이 1천MW(100만㎾)급 신월성 1호기도 시운전을 마치고 이달 말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여름철 전력난을 빌미로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하겠다는 정부의 꼼수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5월부터 '빠듯한 전력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도 올 여름 예비전력 목표치를 당초 500만㎾에서 400만㎾로 하향조정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매년 반복되는 전력난을 빌미로 원전 확대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가 막대한 비용 발생 등 부담 때문에 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관련기사]
▶ "내달 3일 고리1호 재가동" 전력난 빌미로 밀어붙이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