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8일 토요일

대기업 다녀도… 맞벌이해도… 4050세대들도 "보험·적금 마저 깼어요"




'축포'는 단지 2030 세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직장이 없어서, 버는 돈이 적어서 저축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직원, 아파트 한 채는 갖고 있는 중장년층도 저축과 보험을 깨야 겨우 버티는 경우가 많다. 임금 인상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이 높아진 주택가격(전세가격), 식비를 줄이더라도 줄일 수 없는 아이 교육비 등 반드시 써야 할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저축'은 언감생심, 빚을 늘리지 않느라 헉헉대야 하는 현실이다.

"임금은 매년 올랐습니다. 하지만 전월세 상승을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죠." 외벌이인 대기업 차장 허모(37)씨의 말이다. 그는 내로라 하는 대학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따고 2004년 입사했다. 학자금 대출은 입사 1년 만에 갚고 2년 뒤 결혼했다. 부모의 도움을 받을 처지가 못 돼 집은 보증금 3,000만원의 월세로 시작했다. 2년마다 꼬박꼬박 보증금과 월세가 인상됐다. 한번은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서까지 올려줘야 했다. 그새 아들 2명이 태어나 식구는 4명이 됐다. 과장에서 차장이 되면서 월급은 늘었지만 들어가는 돈도 더 많아졌다. 결국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로 했다. 돌려받은 보증금(6,000만원)에 작년 초 적금(2,000만원)까지 깨고 1억2,000만원을 대출받아 수원에 작은 아파트를 마련했다. 현재는 원금상환 없이 이자(월 50만원)만 갚고 있는 상황. 아이들 교육비 80만원, 부모님 용돈 30만원, 차량 유지비 40만원과 관리비, 통신비 등 고정비용만도 50만원 남짓 들어간다. 여기에 식비 등 생활비를 포함하면 허씨가 세후로 받는 420여만원의 월급은 온데간데 없다. 적금을 깬 뒤로는 돈 모을 방법이 없다. 그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아프시지 말아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집값 상승과 그로 인한 이자 부담은 소득이 늘어나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저축을 할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전인 1998년 23.2%를 기록했던 대한민국 가계 저축률은 지난해 3.1%까지 떨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는 전셋값 때문에 최후의 보루인 보험까지 깨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직장인 백모(46)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6년 된 생명보험을 깼다. 소득으로는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씨는 "집주인이 6,000만원을 올려달라고 했다"며 "이사하려다 아이들 학교 때문에 머물기로 했고, 결국 맞벌이인 아내가 퇴직금 담보대출을 받고 보험 해약한 것과 지인에게 빌려 전세금을 올려줬다"고 말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백씨처럼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생명보험 해약 건수는 536만1,000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 10년 간 최고치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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