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납금 정산 않으면 계약 취소 접수조차 안돼
“해지권 원천봉쇄, 불공정 거래 소지 다분”
[이코노미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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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렌탈 서비스에 대한 업체들의 일방적 해지 거부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수기 업계 1, 2위 업체인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의 근거 없는 계약 해지 조건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확산일로다. 고객들의 불만 원인은 정수기 렌탈 해지 시 모든 요금을 납부해야지만 취소 접수를 해 주고 있기 때문.
문제는 정수기 렌탈 계약은 시일이 지날수록 비용이 부담되는 ‘계속적 거래’에 해당하는데 해지 거부를 통해 발생되는 비용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두 업체의 행태가 일방적인 해지 거부에 해당함은 물론, 나아가 우월적 거래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
# 김윤모(43세)씨는 사업을 하다 부도를 당해 사무실을 철수하기로 했다. 모든 집기류 이전및 사무실 임대차 계약을 정리한 김씨는 렌탈 정수기 업체에 연락해 정수기를 가져가 달라고 했다. 하지만 정수기 업체는 당일까지 렌탈 비용 등 미정산 금액을 완납해야지만 기계를 철수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김씨는 고객이 원할 경우 정수기를 반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자 정수기 업체는 미납금을 지불해야 회수절차가 진행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수기 10대와 공기청정기 10대를 렌탈하고 있던 김씨는 보름 후 미정산금액을 완납한 뒤에야 기계를 반환 할 수 있었다.
결국 김씨는 보름 동안 사용하지 않은 정수기와 공기청정기의 렌탈비용과 반환이 안 돼 빌린 보관창고 사용료를 추가로 지출해야 했다.
소비자의 해지권은 당연한 고유권으로 미정산 금액등 채무에 관한 내용은 해지이후 업체 측의 채권 추심등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업체들의 이 같은 해지거부는 결국 계속적 거래인 렌탈 계약 특성상 해지일자까지 추산되는 비용과 채권 추심 등에 관한 비용모두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셈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운영위원장인 김재철 변호사는 “렌탈계약과 같은 계속적거래에서 일방적인 해지거부는 계속거래의 강요로 볼 수 있고, 부당 거래에 해당 한다”며 “위약금 및 해지 시점까지 정산된 사용료 등 남은 채무의 정산 문제는 차후 방법론의 문제이고, 해지권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라고 설명했다.
근거없는 해지거부, 말바꾸기 계속돼
한편 본지의 취재가 계속되자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는 답변을 번복하며 말 바꾸기에 나섰다.
웅진코웨이는 처음에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회사 측 과실이 있을 경우에 한해 정산 이전에도 해지가 가능하다”며 “미정산시 해지 거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에 따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할부거래법 및 소비자 기본권 등에 위반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곧 입장을 바꿔 “미정산금이 있어도 고객이 원할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 고객센터는 여전히 정산이후 기계 반환 및 해지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웅진코웨이의 공정위 표준약관을 준수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 관계자는 “해지거부에 관한 조항이 표준약관에 없고 소비자들이 이로인해 피해를 입는다면 개정을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며 “면밀히 살펴봐야겠지만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공정위, 불공정 거래 여부 조사 하나
청호나이스의 태도는 더욱 황당했다. 청호나이스 홍보실 관계자의 경우 첫 취재에서는 “밥값 안내고 도망가는데 손님을 식당 주인이 붙잡는 것은 당연하다. 해지 이후 그 비용은 어떻게 받느냐”고 항변했다.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을 도둑에 비유하며, 해지거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 한 것.
하지만 청호나이스 또한 렌탈 계약서에 정산이 완료되어야만 해지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이틀 뒤 기자가 확인을 요청하자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계약서에 해당 조항은 없다. 비정상적인 상황이지만 미정산 금액이 있어도 렌탈 해지가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시민단체들도 업체들의 일방적 해지 거부에 대해 “당연한 소비자 권리 침해”라는 입장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고유권인 해지권을 채무관계등 다른 사유로 강제로 거부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며 “검토 후 공정위에 직권조사를 의뢰 하겠다”고 전했다.
정수기 회사의 일방적 해지 거부에 대해 공정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효주 기자 hj0308@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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