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0일 월요일

재벌 회장님들, 올림픽에 우르르 달려간 이유는







[한겨레] 이건희 일가·정의선·최태원 등

런던서 선수 격려 모습 드러내

재벌 이미지 개선 효과 노린듯


지난 30일 새벽 2시30분께 런던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꺾은 한국 여성 궁사들은 환호 뒤 바로 응원석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있었다.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부회장과 여자 양궁 선수들은 차례로 껴안고 감격을 나눴다.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가족도 응원석에서 목격됐다. 이 회장은 29일 새벽 아내 홍라희씨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자녀들과 박태환 선수의 수영 경기를 응원했다.

재벌 총수들이 런던올림픽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가족과 동반한 경우도 있다. 상당수 ‘회장님’들이 런던으로 이미 날아갔거나 찾을 예정이다. 대한체육회 부회장과 대한탁구협회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일찌감치 런던으로 떠났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선수단을 격려하고,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은 8월4~5일께 런던을 방문한다. 에스케이는 “대한핸드볼협회장 자격으로 선수들을 격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직접 방문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총수도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28일 진종오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자 다음날 보도자료를 배포해 “김승연 회장이 ‘첫 금메달로 국민에게 큰 감격을 준 진 선수가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화그룹이 2002년부터 80억여원의 지원을 했다는 것도 덧붙였다.

재벌 총수들의 ‘올림픽 사랑’이 재벌에 대한 국민 반감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생활체육학)는 “국내 재벌 이미지가 워낙 안 좋고, 새누리당마저도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대형 스포츠 행사는 기존 이미지를 쇄신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올림픽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국가에 봉사하는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올림픽 잔치에 자식들을 내세움으로써 2~3세 승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 교수는 “잔치 분위기 속에 자식들을 앞장세워 재벌 승계 문제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이재용 사장, 이부진 사장이나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 등이 국내 프로야구장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회삿돈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승연 회장과 최태원 회장 등은 ‘정상참작’도 노려볼 수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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