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재산상속을 둘러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 씨의 재산분할 전(戰)이 중반전으로 치닫고 있다. “어린애 같은 발언”, “우리 집에서 퇴출당한 양반” 등 올해 초 장외에서 벌어지던 설전(舌戰)이 5월 30일 법정으로 옮겨졌고, 세 차례 이뤄진 변론에서는 대리인 간 공방이 이어졌다.
소송 결과는 재판부에서 가려지겠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세 차례 이뤄진 변론에서 재판에 임하는 자세 등을 평가해보건대, 지나치게 감정적인 논리에 치우친 화우가 판정패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 25일 열린 세 번째 변론에서 재판부가 황급히 원고(장남 맹희 씨 등) 측 증거자료 제출을 제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 서창원 부장판사는 이날 원고 측 변호인 법무법인 화우가 준비한 동영상을 재생하려고 하자 이를 중단시켰다. 서창원 부장판사는 “피고 측에 고지되지 않고, 재판부 허가도 받지 않은 증거”라며 재판 진행 과정에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화우가 사전에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자료는 동영상의 정지 화면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동영상 증거자료가 필요한 경우 CD로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정지화면을 제출해놓고 현장에서 동영상을 재생하려는 것은 이례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 대표 로펌인 화우가 이러한 재판 규정을 몰랐을 리 없다”며 다소 의도적인 연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화우가 이날 재생하려고 한 동영상은 지난 4월 뉴스에 방송된 이건희 회장의 인터뷰였다. 당시 이 회장은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한 친형 이맹희씨에 대해 “30년 전 이미 집안에서 퇴출한 사람”이라며 “이맹희는 감히 나를 '건희'라고 부르고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화우가 재판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맹희씨와 이건희 회장의 설전이 오가며 삼성가 소송이 형제간 재산 다툼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게 됐는데, 동생이 형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인터뷰를 재판장에서 공개해 피고에 대한 흠집 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화우는 이맹희씨와 이건희 회장의 원만하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이맹희씨 등이 차명주식의 존재를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하고자 했다.
앞서 화우는 지난달 27일 열린 두 번째 변론에서도 “이건희 회장 측에서 (상속 재산 회복 청구) 소송 제기 기간(제척 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재산을 잘 숨기면 숨길수록 자기 것이 된다는 논리인데, 이는 시쳇말로 도둑놈 논리”라고 비난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원고 측 변호인이 공개된 재판장에서 ‘도둑놈’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해 상대편의 감정을 자극하고, 동시에 언론이 이 용어를 활용하도록 해 피고를 낙인찍게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화우는 원색적인 비난에 대한 역풍(逆風)을 피하지 못했다. 피고 측 변호인단은 화우의 부적절한 용어 사용에 대해 항의했고, 이에 재판부는 “감정적인 용어는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변론 현장만 보면 화우 측이 이성적인 법리보다 감정이 앞서고 있고, 재판장에서 무리수를 둔 원고 측이 판정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선옥 기자 a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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