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0일 월요일

미국 파견 공무원에 직원가로 특별할인 판매현대차, 공무원과 한솥밥?







[한겨레] 임직원 대상 ‘서클 프로그램’ 적용

미 현지가격서 15~20% 할인

귀국뒤 되팔아 차익 남기기도


올 초 미국 단기연수를 다녀온 중앙부처의 서기관급 공무원 ㅇ씨는 미국에서 구입한 현대차의 대형 세단 제네시스를 팔아 수백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그는 2010년 미국 현지에서 제네시스 3.8을 2만8500달러(약 3134만원)에 구입해 타다가 귀국한 뒤 지인에게 3500만원에 팔았다. 그는 “2011년형 제네시스 중고차 값이 4000만원이 넘어 차를 산 사람도 만족했고, 나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미국 파견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별할인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미국 수출용 차와 국내 판매용 차 사이에는 각종 편의사양 차이가 있지만, 대략 현지 판매가가 국내 판매가보다 저렴한 편이다. 여기에 공무원의 경우 특별할인까지 더해져 ㅇ씨 같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30일 <한겨레>가 입수한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의 ‘해외 파견공무원(미주) 차량 구입 절차 및 안내’ 문서(사진)를 보면, 미국에 파견 간 공무원은 현지에서 현대차를 정상판매가(MSRP) 보다 15~20% 정도 할인받아 살 수 있다. 할인 혜택은 현대차 미국 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서클 프로그램’(www.hyundaicircle.com)을 통해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직원이나 현대차와 거래하는 기업의 임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서를 보면, 파견공무원들은 파견 명령서, 여권 및 비자 사본, 현지 주소, 예치금 등을 현대차 미국법인에 보내면 서클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이름(아이디)과 비밀번호(핀 번호) 등을 받을 수 있다. 아이디와 핀번호가 있으면 서클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서클프로그램은 2010년 하반기에 도입됐다. 그 이전에도 공무원 특별할인 프로그램이 이었다. 서클프로그램은 현대차와 계약을 맺고 있는 판매딜러를 통해 차를 공급하지만, 그 이전에는 미국 법인이 직접 차량을 공무원들에게 할인가으로 판매했다. 미국에서는 딜러를 통한 간접판매만 허용되는 점에 비춰보면 현대차가 편법 장사를 했던 셈이다.

미국 연수 경험이 있는 한 공무원은 “현지에서 인기가 있는 차종은 제네시스, 베라크루즈, 그랜저 등 한국에서 만들어져 수출된 차량으로, 일정한 조건(1년 거주, 3개월 보유)만 충족하면 귀국할 때 별도의 관세 없이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클프로그램은 미국 파견을 준비중이거나 파견근무 중인 공무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도 알려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연구소에 다니는 이아무개씨는 “한솥밥 먹는 식구끼리 차값을 깎아주는 것은 납득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공무원에게도 같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무원도 현대차와 한솥밥 먹는다는 의미냐”라고 꼬집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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