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0일 월요일

소비자 구하는 집단소송···기업엔 '나이트메어' 될 것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美 법원, 집단소송 당한 담배회사에 1450억 달러 물어내라 판결해]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른바 '만두파동', '쥐머리 새우깡', '멜라민 파동' 등 대형 먹거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집단소송제 도입이 검토됐다. 옥션, GS칼텍스, 국민은행 등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때도 효과적인 피해 구제를 위해선 집단소송제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온 적은 없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과 정부가 각종 불공정행위 전반으로 집단소송제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집단소송제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도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집단소송, 소비자 피해구제에 가장 효과적 =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담합 등 불공정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구제가 한층 쉬워지고 배상액수는 커질 수 밖 에 없다. 그동안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제제하는 수단은 과징금 등 행정적 제재에 그쳤다. 이 때문에 수천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된 대형 담합사건에서조차 소비자 피해구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법제도 아래선 소비자가 자신이 입은 피해를 구제받으려면 개별 소송을 청구해야만 한다. 그러나 소비자 개인이 독자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의 경우, 소비자단체 등을 통한 공동소송이 대안이 되고 있지만 소송 절차가 복잡해지고 기간이 길어지는 데다 참가 인원을 모으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김홍기 연대 법대 교수는 "집단소송제는 피해를 본 소비자 입장에선 가장 손 쉬운 구제방법"이라며 "형사 처벌이나 창구지도 등 행정적 처분보다 민사적 해결을 통한 피해자 구제를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단소송, 기업에는 악몽 될 것 =반면 과징금만 내면 된다는 식으로 버티던 기업 입장에선 엄청난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집단소송제를 거치면 손해보상을 해줘야 할 대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하면 손해액도 몇 배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국내 처음으로 집단소송제가 도입된 증권 분야의 경우, 소송남발을 막기 위한 절차상 제약으로 소송 제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지만 소액 다수 피해자 구제에선 성과를 보여줬다. 국내 1호 증권 분야 집단소송인 진성티이씨 사건의 경우, 1700명의 피해자가 29억 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법원 판결이 아닌 법정화해로 사건이 종결됐지만 집단소송이 실제로 인정되고 배상까지 받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계적으로 집단소송제를 불공정행위 전반에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사실상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식품, 보험, 의료 등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까지 대다수 업종에서 집단소송을 인정하고 있다. 같은 영미법 국가인 영국과 캐나다도 집단소송제를 도입했지만 적용 사례가 거의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집단소송제도 미국의 옵트 아웃(opt-out) 방식이다. 집단소송에서 특정 피해자 또는 피해 대표자가 승소할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 모두가 피해배상을 받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스웨덴이 2003년 도입한 옵트 인(opt-in) 방식에선 소장에 서명한 피해자만 배상을 받을 수 있다. 피해 구제 범위를 특정하지 않은 옵트 아웃 방식에 비해 소송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美 담배회사에 1450억 달러 배상 판결도 나와=집단소송제 역사가 가장 긴 것도 미국이다. 연방민사소송법에 집단소송 규정이 마련된 지 50년이나 된다. 집단소송 법리가 제시된 것은 100년이 훌쩍 넘는다. 아울러 집단소송의 효과가 가장 잘 드러나는 카르텔(담합)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증거개시제도 등도 인정된다.



또 미국의 절반이 넘는 주에서 카르텔 간접 피해자에 의한 소송 제기도 인정하고 있다. 특정 기업이 밀가루 가격을 담합해 제빵업체가 피해를 입었다면 제빵업체뿐 아니라 그 빵을 구입한 소비자도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집단소송이 가장 많은 곳도 미국이다. 2001~2007년 연 평균 76건의 집단소송이 이뤄졌다. 담배, 고엽제, 유방성형수술, 페놀오염 등의 집단소송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미국에선 지난 2000년 일부 흡연 피해자가 제기한 집단소송 결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순회법원이 5개 담배회사에 대해 50만 명의 흡연 피해자에게 1450억 달러(164조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한 사례가 있다.



해외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은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담합 관련 집단소송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7000억 원이 넘는 돈을 배상해야 한다.














엄성원기자 air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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