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일 일요일

“짝퉁으로 돈 번 사람 12년간 딱 1명 봤다”




정신수(51·사진) 서울세관 조사3관실 조사팀장은 서울 세관에서 소문난 ‘짝퉁 정보통’이다. 조사3관실은 상표법 위반 제품 단속을 주로 담당하는 부서다. 30년간 세무직 공무원으로 근무한 정 팀장은 한국이 본격적인 짝퉁 단속을 시작한 1999년부터 12년간 짝퉁 단속 현장을 뛰었다. 그에게 요즘 짝퉁 업계에 대해 물었다.

-짝퉁 시장에도 시대별로 변화가 있는지.

“처음 업무를 시작했을 때는 나이키 등 스포츠용품 짝퉁이 많았다. 명품 짝퉁은 2000년대 중반 급증했다. 이후 중국산 짝퉁에 밀려 국내산 짝퉁은 많이 사라졌다. 한국 업자 중 중국으로 진출해 기술을 ‘전수’하면서 중국산 짝퉁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는 말도 있다. 최근엔 베트남에서 만든 제품이 ‘특A급’이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MCM, 빈폴 등 한국 브랜드 짝퉁이 많이 보인다는 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그만큼 한국 브랜드의 인지도가 올라갔다는 얘기인 것 같다.”

-단속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2009년에 이태원 명품 짝퉁 업소 첩보를 듣고 갔는데, 마침 손님이 가득했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3시간 정도 안 열어주더라. 결국 손님들이 화장실 가는 것을 못 참아 문을 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들 살 만한 집의 ‘사모님들’이었다. ‘신문에 얼굴 나오는 것 아닌지’ 계속 물어보더라. ”

-한국 짝퉁은 어디서 만들어지나.

“서울의 신월동, 월곡동 일대나 경기도 부천, 하남, 남양주 등 수도권 외곽에 반지하 월세를 얻어 공장을 차린 경우가 많다. 기술자 3~4명이 소량 생산하는 방식이고, 요즘엔 창고도 두지 않는다. 예전엔 이런 공장이 굉장히 많았는데 요즘은 많이 사라졌다. 조만간 한국산 짝퉁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중국산이 말 그대로 막무가내로 밀려 들어오기 때문이다. 주로 인천항, 평택항을 통해 들어오지만 이쪽 단속을 강화하면 부산까지 돌아서 들어오기도 한다. 결국 짝퉁을 사는 사람이 있는 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짝퉁을 만들어 팔면 이익이 많이 남나.

“짝퉁으로 돈을 번 업자는 12년 동안 딱 1명을 만났다. 그 사람은 아파트도 있고 가게도 마련했더라. 하지만 대부분 영세하고 몇 번씩 망해본 경험이 있다. 다른 일을 하라고 해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면서 또 손을 대고, 또다시 붙잡혀 온다. 제조업자는 몇천원떼기 장사다. 유통업자는 가방 하나 팔면 3만~4만원, 지갑은 1만~2만원 정도 남긴다.”

-그런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들것 같다.

“여러 차례 붙잡힌 기술자 중에 ‘내가 루이뷔통 장인보다 가방을 잘 만들 자신이 있다’고 한 업자가 있었다. 실제로 굉장히 솜씨 좋은 사람이었다. 그 좋은 기술을 이렇게 쓰는 게 안쓰럽다. 물건이 안 팔리면 재료값도 못 건지고, 돈 떼이고, 단속에 걸리고…. 이게 반복되면 점점 빠져나오기 힘들다. 최근 검거자 중 암환자가 있었다. 조사하면서 ‘불구속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진단서를 끊어오라’고 했다. 그런데 머뭇거리더라. 진단서 끊을 돈도 없다는 것이다. 국내 제조업체도 해외로 나가지만 말고 안에서 이런 유능한 인력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

-요즘 인터넷 짝퉁 판매가 많은데.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것은 기본이고 사이트도 계좌도 모두 차명이다. 택배도 여러 차례 끊어서 보낸다. 그런 만큼 검거가 어렵다. 대금 받고 사라지는 상습범도 많다. 소비자들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짝퉁 혹은 명품의 유혹을 느낀 적은 없나.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만 봐서 그런지,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진짜를 봐도 짝퉁이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된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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