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정주 기자][[돈되는 法] '버버리' 노래방도 250만원 지급]
간판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업체의 수익률과도 밀접한 영업표지다. 간판의 인지도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도와 영업 이익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소위 '잘 나가는' 간판을 둘러싸고 각종 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 명품 브랜드가 유흥업소 간판에?=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샤넬은 지난 4월 경기 성남시에서 '샤넬 비즈니스 클럽'이라는 상호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황모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흥주점 외부 간판과 광고에 'CHANEL'과 '샤넬' 이라는 상표를 사용해 본사의 명성을 떨어뜨렸다는 이유에서다.
샤넬의 사라 프랑수아 퐁세 대표는 "황씨가 샤넬의 표지를 부정적인 이미지의 서비스에 사용해 브랜드가 지닌 좋은 가치를 훼손했다"며 "샤넬의 명성에 편승하기 위해 해당 상표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샤넬 측은 2008년 2월 황씨가 자사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상표 사용 중지와 함께 3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에 황씨에게 다시 내용증명 우편을 보냈으나 회신이 오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씨는 샤넬 측이 낸 소송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결국 재판은 황씨의 변론 없이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현석)는 지난 17일 "황씨는 샤넬 측에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피고가 소장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피고가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고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영국의 명품 패션 브랜드 버버리 리미티드와 충남 천안의 노래방 업주 사이에도 이와 비슷한 소송이 있었다. 버버리 측은 지난 2010년 버버리라는 이름으로 노래방을 운영한 정모씨를 상대로 2000만원을 내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버버리의 명성이 손상됐다는 증거가 없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을 맡은 대전고법 민사합의3부(부장판사 정종관)는 같은해 8월 "중소 도시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업소에 해당 상호를 사용해 고급패션 이미지로 알려진 버버리의 명성을 손상했다"며 "정씨는 버버리에 2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 "이름 바꾸지마" 가맹점주 소송내기도=간판 교체에 반발한 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본사가 편의점 명칭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2003년부터 편의점 'LG25'를 운영하던 박씨는 이듬해 LG그룹이 LG그룹과 GS그룹으로 분리되면서 편의점 상호가 'GS25'로 변경되자 소송을 냈다. 본사가 상호를 변경해 계약을 위반했다는 것.
1심은 "이미 일반인들 사이에 'GS25'가 널리 알려져 있고 영업표지변경에 대해 가맹업주들에게 설명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으나 2심은 "GS리테일이 박씨에게 8개월분의 위약금 52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판결 했다.
대법원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008년 "영업표지인 'LG25'는 가맹계약의 가장 중요한 사항이고 이를 'GS25'로 바꾼 것은 소비자들의 인지도나 식별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근에는 'CU'로 간판을 바꾸고 있는 편의점 훼미리마트의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훼미리마트 가맹점주 김모씨 등 24명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상표를 변경해 피해를 입었다"며 BGF리테일을 상대로 18억5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것이다.
이들은 "훼미리마트의 인지도를 보고 가맹계약을 체결했는데 BGF리테일이 일본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아끼려고 상표를 바꾸고 있다"며 "BGF리테일의 조치로 계약이 해지됐으므로 피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보광훼미리마트는 사명을 BGF리테일로 바꾸면서 지난 1일부터 훼미리마트의 간판을 'CU'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주 기자 트위터 계정 @kimyang333]
[머니투데이 핫뉴스]
☞ '월급 5억' 64세 A씨, 국민연금 수령액이…
☞ 정부, 日 독도발언에 "폭언… 계속 그리하면…"
☞ 도올 김용옥 "MB 독도방문 잘했다" 이유는?
☞ '희귀 기상현상' 포착, 9개 물기둥이 하늘로
☞ [단독]여의도, 이번엔 출근길 난투극
김정주기자 insight@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