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기환씨가 지난 25일 강원 춘천시 강촌리 자신의 농장에서 소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한우 100여마리를 키우는 전씨는 연간 순이익이 45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
ㆍ누가 한국 농업을 버렸나 - 축산농가를 가다
지난 25일 강원 춘천시 강촌리의 ㄱ한우목장 앞. 사료 100여포대를 실은 1t트럭에서 목장주 전기환씨(51)가 내렸다. 누런 소들이 울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이 일주일 동안 먹을 밥입니다.”
트럭에 실린 사료를 목장 안으로 옮기며 전씨가 말했다. 사료포대에는 ‘20㎏ 축협바이오사료’라고 쓰여 있다. 옥수수, 청보리 등 곡물에 박류, 볏짚, 건초 등을 섞어 발효시킨 완전혼합발효(TMF) 사료다. 사료에 쓰이는 곡물은 대부분 외국산이다. 전씨는 목장 한쪽에 쌓여 있는 사료포대를 뜯었다. 사료가 수북이 쌓이자 소들이 큰 눈을 뜨고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아직 사료를 받지 못한 소는 계속 울부짖었다.
“빨리 밥을 달라는 거죠.”
전씨가 우는 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식사를 끝낸 소들은 긴 혀로 바닥을 계속 훑고 있었다. 전씨는 하루에 두 차례 100여마리의 소에게 사료를 먹인다. 이 목장 한우의 식사시간은 아침 7시와 저녁 6시. 하루 두 차례씩 한우 100여마리가 한 달간 먹는 사료의 양은 20㎏ 사료 1240포대로 25t에 이른다. 값으로 치면 720만원을 웃돈다.
올해 말이 되면 사료값이 큰 폭으로 오른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가뭄으로 사료에 많이 쓰이는 옥수수의 작황이 나빴기 때문이다.
옥수수와 소맥(밀) 등 곡물로만 이뤄진 배합사료의 가격이 8%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볏짚·건초 등 조사료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완전혼합발효 사료 가격도 주재료인 옥수수, 박류의 가격이 급등하면 오를 수밖에 없다.
전씨는 “한우 출하가격은 점점 떨어지는데 사료 가격이 더 오르면 농가는 죽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우농가는 6개월짜리 송아지를 사서 24개월 동안 기른 뒤 시장에 내보낸다. 2년 전 전씨가 우시장에서 송아지를 샀을 때의 가격은 한 마리에 250만~270만원이었다.
2년간 송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들어간 사료비는 290여만원. 송아지 가격과 사료비용을 더하면 560만원이다. 여기에 2년간 목장에 깐 톱밥과 볏짚, 관리비 등 80여만원이 추가된다. 30개월짜리 한우 원가가 630만~640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원가의 대부분은 사료값이다.
전씨는 이렇게 키운 소를 팔아 700만원을 받았다. 2년 동안 키운 한우 한 마리에서 나오는 이익은 60만원이었다. 전씨는 “올해 출하했거나 출하할 예정인 소가 모두 15마리니까 지난 2년 동안 한우 비육으로 인한 순이익은 900만원 정도”라며 “연봉 450만원인 셈이니 나처럼 한우 오래 키워온 사람 말고는 누가 선뜻 이 일을 하려 하겠냐”고 말했다.
전씨는 200만원이 넘는 송아지 구입가격을 아끼기 위해 몇 해 전부터는 암소를 직접 길러 송아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수정하는 데 드는 5만여원을 아끼기 위해 직접 수정기술도 배웠고, 사료 배달비용을 절감하겠다며 일주일에 두세 번씩 춘천 시내로 나가 100여포대에 달하는 사료를 직접 싣고 온다. 그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니 발품을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년간 목장을 운영해온 전씨는 농협에 2억5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올해 갚아야 할 원금도 3000만원에 이른다. 전씨는 “여기서 사료값이 더 오르면 빚을 갚을 수가 없다”며 “정부가 대출 이자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결국 농가 빚만 늘릴 뿐”이라고 말했다.
<춘천 |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관련기사]
▶ [세계 식량위기 오나](3) 누가 한국 농업을 버렸나
▶ [세계 식량위기 오나]역대 정부, 농지 줄이고 FTA로 농업 포기… 식량자급 역주행
▶ [세계 식량위기 오나]밀 75%, 콩 99%, 옥수수 94%가 미국 등 3개국에 편중
▶ [세계 식량위기 오나]농업 자유무역, 식량위기에 취약
모바일 경향 [경향 뉴스진(News Zine) 출시!] | 공식 SNS 계정 [경향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세상과 경향의 소통 Khross]
- ⓒ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