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6일 일요일

‘스마트폰 속 지갑’ 수요는 부쩍 늘어나는데… 모바일카드 쓸 수 있는 곳 별로 없네







며칠 전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았던 회사원 김모(32·서울 등촌동)씨는 낭패를 봤다. 대형마트라 당연히 ‘모바일 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스마트폰만 들고 나왔다. 장을 본 뒤에 계산대에 섰던 김씨는 결제가 안 된다는 직원 말에 당황했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 지갑을 들고 나오는 불편을 감수한 김씨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편하게 쓸 수 있다고 해 발급을 받았는데 괜한 짓을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5)씨도 지난달 비슷한 경험을 했다. 새로 발급 받은 모바일 카드를 호기심에 한 번이라도 써보려고 했지만 정작 쓸 곳을 찾지 못했다. 최씨는 “결제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지금은 플라스틱 카드만 사용하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손 안의 지갑’을 내세우는 모바일 카드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모바일 카드의 발급 수도 급속하게 늘고 있지만 정작 쓸 수 있는 곳이 없다. 모바일 카드 시장이 열린 지 3년이 지났지만 가맹점 수는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의 5%도 되지 않는다.

가맹점·카드사·결제중개업체(VAN·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카드 승인 등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자)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소비자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26일 여신업계 따르면 올 1분기 현재 국내 카드 가맹점 수는 총 182만곳에 이르지만 이 중 모바일카드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은 7만여곳에 그치고 있다. 모바일 카드를 들고 가맹점 26곳을 들러봐야 1곳에서 겨우 결제할 수 있는 수준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경우에도 일부 지점에서만 결제가 가능할 뿐이다.

모바일 카드를 받아주는 가맹점이 적다보니 이용금액도 ‘쥐꼬리’다. 지난해 모바일 카드의 연간 매출액은 200억원으로 전체 신용카드의 지난해 연간 이용금액(534조45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037%에 불과하다. 올해 모바일 카드 매출액은 400억원으로 예측된다.

모바일 카드가 성장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카드사, 가맹점, 밴(VAN)사의 삼각 줄다리기가 자리하고 있다. 각 가맹점은 20만∼30만원에 이르는 모바일 카드 결제기를 별도로 사야 해 부담스러워 한다. 플라스틱 카드 결제기는 밴사에서 싼 값에 빌려주는 경우가 많지만 모바일 카드 결제기는 ‘제값’을 주고 사야한다.

밴사는 “수요가 없으니 손해를 감수하며 가맹점에 기계를 설치해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플라스틱 카드 결제기는 이용금액이 커 대여를 해도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모바일 카드 결제기는 가맹점에 싸게 대여해 주거나 설치해 줄 경우 되레 손해가 날 수 있다.

여기에 카드사는 뒷짐만 지고 있다. 별도 인력, 통신사와 협약은 물론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모바일 카드사업에 관심이 없다. 카드 종류와 관계없이 매출만 발생하면 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모바일 카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외쳤지만 실상은 초라하다”며 “서로 책임·부담 등을 떠넘기는 동안 모바일 카드를 발급 받은 소비자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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