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3년전 “민생 5대지표 만들것”
흐지부지하다 발표없이 종료
5년간 삶의 질 개선커녕 악화
“소득·고용·교육·주거·안전 등 민생 5대 지표를 새로 개발하겠다.”(2009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국민 행복도를 챙기겠다.”(2009년 10월27일 부산 OECD 세계포럼 축사)
이명박 대통령이 3년 전 약속했던 ‘국민행복지수’와 ‘민생 5대 지표’ 개발이 결국 무산됐다. 29일 청와대와 총리실, 통계청 등의 얘기를 종합하면, 2009년 8월 대통령 발표 뒤 총리실에 ‘민생지표 총괄작업반’을 꾸려 지표 개발을 추진하다가 2010년 연말께 별 성과 없이 종료처리했다. 최종 결과물은 물론 중간 발표도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표(관련 업무)가 각 부처에 나뉘어 있어 총리실에서 이를 총괄했지만 중간에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정과제로 관리해 오다 성과 없이 종료됐다”고 털어놓았다.
정부는 당시 5대 지표로 지니계수(소득), 고용률(고용), 사교육비 지출액(교육), 소득 대비 주택 가격비(주거), 강력범죄 발생률(안전)을 제시했다.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도 함께 볼 수 있는 지표들이다.
삶의 질을 측정하는 ‘국민행복지수’ 개발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장기 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3~4년 안에는 결과물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삶의 질은 주관적인 것으로 측정이 매우 어렵다”며 “대통령이 너무 쉽게 발표하고 추진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삶의 질 측정을 위해서는 주관적 만족도를 측정하는 지표들이 풍부하게 있어야 하는데, 국내 통계 체계에서는 이런 주관적 지표가 드물다.
정부 안팎에선 ‘국민행복지수’ 및 ‘민생 5대 지표’ 개발이 흐지부지된 게 각종 민생 지표가 악화된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정부가 내놓은 ‘민생 5대 지표’ 통계를 자체 분석해본 결과, 최근 5년 사이 삶의 여건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현황을 보여주는 고용률은 59.8%(2007년)에서 59.1%(2011년)로 떨어졌다. 집값은 뛰어, 2007년엔 5년치 소득을 모으면 집 한채를 살 수 있었지만 2011년에는 5.88년을 모아야 가능하게 됐다. 또 살인·강도 등 인구 10만명당 강력범죄 발생 건수는 2007년 33건에서 2011년 5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가구당 월 사교육비는 22만2000원에서 24만원으로 늘었다. 다만, 소득 불평등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0에 가까울 수록 평등)는 2007년 0.312에서 지난해 0.311로 낮아져 약간 개선됐다.
통계청 의뢰로 ‘삶의 질 측정’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는 한준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삶의 질 지표는 정부로서도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영역을 다루는 만큼 천천히, 그리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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