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9일 수요일

"아예 한국의 싹을 잘라버리자" 난리




[신보호주의 역습] <2> 기승 부리는 기술보호주의

'특허' 악용한 소송 남발… 법원은 노골적 '자국 기업 편들기'

한국기업 경쟁력 커지자 "아예 싹을 자르자" 집중 공세 타깃으로

사업과는 무관하게 로열티·합의금 노린 '특허괴물'들도 활개

"제품 기획 단계부터 특허소송 염두에 두고 전문 인력 체계적 양성을"


지난해 11월 미국 버지니아주 연방법원 배심원들은 우리나라 코오롱인더스트리에 9억1,990만달러,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손해배상 평결을 내렸다. 미국을 대표하는 화학회사인 듀퐁이 코오롱을 상대로 퇴사직원을 통해 첨단섬유소재(아라미드) 영업비밀을 빼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었다. 코오롱은 심리과정에서 ▦아라미드는 훔친 것이 아니라 30년 가까이 연구해 개발한 기술이고 ▦더구나 듀퐁측의 영업비밀은 이미 유효기간이 만료됐거나 공개된 특허라는 점을 수없이 설명했지만, 배심원들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이 진행된 버지니아주 연방법원은 듀퐁의 공장이 위치한 곳이다. 배심원들도 대부분 이 곳에서 뽑혔다. 때문에 평결 전부터 법원 주변에선 "결과를 보나마나 지역기업(듀퐁)이 이기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코오롱이 2006년부터 5년간 수출한 아라미드는 겨우 30억원 규모. 하지만 이 평결로 코오롱은 수출액의 무려 300배가 넘는 돈을 물 위기에 처했다.

글로벌 기업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기술보호주의, 특허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업들은 특허를 무기로 경쟁사를 제압하려 하고, 이를 둘러싼 소송은 자국기업에 유리한 '애국 판결(평결)'로 이어지면서, 혁신제품을 위한 정상적 기술경쟁은 점점 더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기의 특허전쟁'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간 소송에서 미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 배심원들이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전자간 특허소송에 대한 평결이나 듀퐁과 코오롱간 손해배상 평결이나 배심원들이 귀를 막고 팔이 완전히 안으로 굽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본질은 똑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기업들은 특허공세에서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한국기업들의 글로벌 성장세가 워낙 빠르다 보니,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해외 기업들이 강력한 특허공세를 통해 아예 '싹'을 자르겠다는 나선 것이다. 지식재산보호협회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이 특허침해로 피소된 건수는 2009년 112건에서 2010년 165건, 작년에는 195건으로 급증하는 추세이고, 이는 우리나라 기업이 제소한 건수(2011년 83건)의 배가 넘는 규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스마트폰에서 독주를 예상했지만 삼성전자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자 특허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특허를 통해 삼성전자의 싹을 꺾어놓겠다는 것이 애플의 애초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고작 30억원어치를 수출한 코오롱에게 듀퐁이 무려 1조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도, 경쟁자가 되기 전에 아예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술ㆍ특허보호주의가 만연하다 보니, 아예 특허를 대량으로 사들인 뒤 취약한 기업들을 골라 특허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이나 로열티를 받아내는 이른바 '특허괴물'들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의 관심은 오로지 특허소송이며, 특허를 개발하거나 이를 토대로 혁신제품을 만드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미국 특허조사 전문업체인 페이턴트프리덤에 따르면 2007년 519건에 머물렀던 특허괴물들의 글로벌 소송 건수는 지난해 1,211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2,400여건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 달엔 미 캘리포니아에서 특허괴물 2곳을 포함한 3개사가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11개 기업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기술이 '개발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되고, 특허가 '제품생산의 무기'가 아닌 '소송의 무기'가 되면서, 치명적 타격을 입고 쓰러지는 기업까지 생겨나고 있다. 지난 1월 파산보호신청을 낸 132년 역사의 세계 최대필름업체인 이스트먼 코닥의 몰락도, 광학기기 전문제조사인 폴라로이드와 진행된 15년간의 특허소송에서 패하면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현재 특허시장은 '치킨게임'으로 변질되는 추세다. 기업들로선 공격받지 않기 위해 먼저 공격하고, 이를 위해 자의반타의반으로 특허 매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수 조원씩 퍼부으면서 공격적으로 특허를 사들이고 있다.

장원준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IT기반정보팀 팀장은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이 커질수록 특허 등을 활용한 해외기업들의 견제와 공세는 더 심해질 것"이라며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특허소송을 염두에 둬야 하고 전문 인력도 양성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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