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일 월요일

74년生 오리온 '초코파이'의 비밀



<아이뉴스24>

[정은미기자]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 위치한 오리온 중앙연구소. 초코파이 연구팀장의 책상 서랍 안에는 희한한 물건이 들어있다. 바로 외과 수술용 가위다.

초코파이 연구팀에 수술용 가위라니? 바로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을 정밀 분해하기 위해서다.

초코파이는 제품 생산 후 숙성 과정을 통해 수분이나 당분이 마시멜로우와 비스킷 사이를 오가며 오묘한 식감을 연출하는데, 이 변화도를 측정하기 위해 정밀하게 초코파이를 분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초코파이' 대대적인 성형에 들어가다

1974년생인 오리온 초코파이는 올해로 만 39살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불혹을 눈 앞에 둔 셈이다.

그런 초코파이를 이토록 정밀하게 분석해야 할 필요가 생긴 건 지난 1996년이다.



1990년대 들어서 초코파이는 중국, 러시아 등을 비롯해 해외로 점차 판로를 넓혀갔다. 그러나 해외에 진출하면서 각 나라의 기후 조건이나 유통환경이 달라졌다.

국내에서는 예측이 가능한 사계절에 맞는 초코파이를 만들면 됐지만 세계로 진출하면서 각 나라별 여러 조건을 고려해야 했다. 글로벌 초코파이로 거듭나기 위해 보완을 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

게다가 지난 1995년, 중국 진출 초기에 기온이 높고 습한 중국 남부지역에서 초코파이가 변질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오리온은 당시 변질된 초코파이 1만 박스를 전부 불태웠고, '전 세계 기후에 모두 적응 가능한 초코파이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렇게 초코파이에 대한 대대적인 성형(?)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 1996년부터 초코파이 연구팀은 초코파이에 수술용 가위를 대고 정밀 분석 작업을 시작했다. 모든 가능한 조건을 설정해 놓고 시간대별로 비스킷, 마쉬멜로우, 초콜릿 각 부위를 세밀하게 분해해 수분활성도, 당조성 등을 체크했다.

약 2년여에 걸쳐 수술용 가위를 댄 결과, 그 어떤 기후도 두렵지 않은 초코파이가 탄생하게 됐다.

◆한국을 넘어, 세계가 인정한 '초코파이'

지난 2008년부터는 중동 지역에도 본격적으로 초코파이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중동 일부 지역의 경우 낮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데 특히 이란의 경우, 높은 기온으로 초코파이 겉에 코팅돼 있는 초콜릿이 녹아내리거나 낮은 기압 때문에 초코파이 조직이 들뜨고, 마쉬멜로우 조직이 흐물흐물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당시에도 오리온 연구팀은 초코파이를 수술용 가위로 분해해 가면서 내열성이 강한 초콜릿 및 마시멜로우 성분비를 잡아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초코파이는 낮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서부터 영하 40도의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러시아의 시베리아까지 전 세계 60여 개 국에 수출되며, 한 해에만 약 20억 개 이상이 팔리는 성과를 이루고 있다.

오리온 중앙연구소에서는 현재도 각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초코파이 제품을 수거해 품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분기에 한번 정도 전 세계 10개 공장에서 모아온 초코파이를 죽 늘어 놓고 수술용 가위, 저울, 마이크로 캘리퍼스(정밀측정기구) 등 각종 기기를 대가며 미세한 맛과 품질을 측정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는 현재 60여개 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명실공히 글로벌 파이 제품으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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