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일 수요일

“금리 내리는데…” 고정금리 대출자들 분통



[세계일보]#. 회사원 장모(36)씨는 3년 전 결혼하면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1억원을 받았다. 매달 꼬박꼬박 원금과 이자를 갚아오던 그는 작년 가을 무렵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르기 때문에 변동금리대출을 받으면 손해”라는 은행의 권유에 고정금리로 갈아탔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최근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변동대출은 금리가 자꾸 내려가는데도 고정대출은 요지부동이다. 장씨는 “대출금 얘기가 나오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고 토로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은행권의 변동대출 금리가 계속 내려가면서 장씨처럼 애를 태우는 대출자들이 속출한다.

3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신규 가계대출 중에서 고정금리 비중은 40.4%로 작년 6월(11.7%)보다 4배가량 높아졌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는 작년 6월 7.3%에서 올 8월 15.9%로 상승한 상태다. 이는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방침이 발표된 작년 6월 이후 변동금리에서 갈아탄 대출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정금리 전환의 상당 부분이 당국의 방침에 따른 은행의 적극적인 권유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29일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일환으로 가계의 변동금리대출을 고정금리대출로 전환할 것을 독려했다. 상당수 대출자들은 고정금리로 바꾸면 이자 부담이 준다는 은행의 ‘친절한’ 설명을 믿고 전환을 서둘렀다.

하지만 지난 7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이 여파로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91일물)는 기준금리 인하 직전 연 3.54%에서 지난달 말 3.09%로 0.45%포인트 떨어졌다. CD금리 대체용으로 등장한 코픽스 금리(신규취급액 기준) 역시 지난 6월 3.62%에서 8월 3.21%로 급락했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8월 신규 기준으로 이미 사상 최저치인 4%대까지 뚝 떨어졌다.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대출금리는 더 하락할 공산이 크다.

CD와 코픽스 금리가 내려가면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그만큼 이자 부담이 줄지만 고정금리 대출자에겐 이런 혜택은 꿈도 꿀 수 없다. 예를 들어 2억원 대출자라면 대출금리가 0.5%포인트만 낮아져도 연간 이자 부담이 100만원 줄게 된다.

고정금리로 갈아탄 대출자 사이에 “당국의 정책 탓에 공연히 이자 덤터기를 쓰게 됐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금리 상승기가 도래하면 변동금리대출자보다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란 안이한 태도를 보인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차입자의 부담은 금리 하락기뿐 아니라 금리 상승기를 포함해 10∼20년의 전체 상환기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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