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이 5일 기자회견에서“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
웅진홀딩스 법정 관리 둘러싸고 끊이지 않는 의문점들
재무책임자 한 달 전 휴직… 채권단 "미리 몸 숨겼나"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사재 출연 솔직히 여력 없어"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 관리) 신청을 둘러싸고 대주주의 책임을 거론하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처음 열린 법정 관리 심문에서도 이 내용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웅진그룹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격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법정 관리 신청 직전까지도 웅진코웨이(이하 코웨이)를 곧 매각할 것처럼 채권단을 속였다는 것. 웅진은 코웨이를 팔아 그 대금으로 채무를 갚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법정 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26일 오후까지도 코웨이 인수 대상자인 MBK파트너스 측에서 '9월 28일 인수 작업을 완료하기로 웅진그룹과 협의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신속하게 거래를 마칠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진행하던 중 난데없이 법정 관리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웅진홀딩스 측은 "MBK 측이 10월 2일 잔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고수하다가 26일 오후 1시에서야 대금을 앞당겨 지급하겠다고 알려왔다"며 "그때는 이미 법정 관리를 신청한 이후였다"고 해명했다. 금융권에서 더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를 살리는 길은 법정 관리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둘째, 채권단은 웅진이 과연 코웨이를 매각할 의사가 있었는지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코웨이를 1조2000억원에 팔아도 그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 6000억원을 갚고, 웅진홀딩스가 극동건설에 지급보증한 4232억원 등을 갚고 나면 800억원 정도밖에 남는 게 없다는 것. 채권단 관계자는 "남은 800억원도 가압류가 될 것 같으니 괜히 아까운 회사를 팔지 말고 법정 관리로 가자고 선택한 정황이 짙다"고 말했다.
![]() |
웅진그룹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 매각 대금으로 빚을 갚아봤자 10월 말이면 또다시 거액의 채무 만기가 돌아오는데 그때는 더 이상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매각 대금을 다 쓰고 나면 10월 말부터는 채권단이 그룹을 분해하는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룹이 살자고 코웨이를 매각하려고 했던 건데, 매각해도 회사가 죽을 바에는 채권단에 미안해도 법정 관리를 통해 그룹을 살리는 길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셋째, 웅진홀딩스 CFO(최고재무책임자)가 한 달 전 휴직에 들어간 것도 의혹으로 제기된다. 자금난이 심각하고 법정 관리 신청을 앞둔 회사에서 CFO가 장기간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 사정을 제일 잘 아는 임원이 회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파악하고 본인에게 책임이 돌아올까 봐 미리 몸을 숨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웅진홀딩스 측은 "CFO의 휴직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하지만 "일신상 이유일 뿐이며 설사 CFO가 없다고 하더라도 법정 관리와 같은 중요 결정 사항은 회사의 다른 임원들이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윤석금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채권단, 임직원에게 죄송하다"며 "(사재 출연은) 이미 갖고 있는 돈을 다 써 솔직히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부인이 법정 관리 신청 직전에 웅진씽크빅 주식을 판 것에 대해서는 "집안 단속을 제대로 못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는 이날 법원에서 심문이 끝난 뒤 "(웅진 측 인사가 아닌) 제3의 관리인을 선임하는 데 동의한다고 판사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 매각 건에 대해서도 채권단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웅진 측의 법정 관리 신청에 부당행위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부도 직전 만기가 돌아온 극동건설 기업어음 150억원을 결제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혐의(사기)로 윤 회장 등 경영진 4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금원섭 기자 capedm@chosun.com]
[김진 기자 mozartin@chosun.com]
조선닷컴 핫 뉴스 Best
- ㆍ"나로 인해 조국의 재산과 軍 사기가 실추됐음을…"
- ㆍ일본 국민에게 '韓·中 축구경기 때 응원할 국가' 물었더니
- ㆍFIFA, '박종우 독도 세러머니' 제재 판결 다음 주로 연기
- ㆍ[단독] 미사일 탄두 중량 '500kg' 족쇄는 못 풀었다
- ㆍ한일 양국 친밀감 10년 만에 가장 낮아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