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일 화요일

불황도 못말린 ‘자식 사랑’… 유학·연수비 5년만에 최대




서울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3)씨는 지난 7월 초등학생 아들(12)을 미국 LA에 있는 친척집에 보냈다. 방학을 맞아 현지 어학원에 단기 어학연수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이씨가 아들을 두 달간 보내는 데 든 비용은 500여만원. 이씨는 “불황으로 사정이 어렵긴 하지만 아들의 영어교육 시기를 놓칠 수 없어 보냈다”면서 “애가 잘 적응하는 것 같아 올 겨울 연수자금도 융통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도 대한민국 부모들의 ‘자식 사랑’을 막지 못하고 있다. 이씨처럼 해외로 지급되는 유학·연수비가 갈수록 늘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국제수지상 유학·연수 지급액은 5억7330만 달러로 2007년 8월(5억9290만 달러) 이후 6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7년 8월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 수치여서 지난 8월 지급액은 사실상 사상 두 번째 많은 금액이다. 통상 유학·연수 지급액은 방학기간인 1월과 7∼8월에 증가해 왔다. 방학을 맞아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교 이하 저학년 학생들의 단기 해외연수가 몰리기 때문이다.

8월 유학·연수 수입이 70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 3월(800만 달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해외 지급액이 급증하면서 유학·연수 수지도 급격히 나빠졌다. 수입에서 지급을 뺀 유학·연수 수지는 -5억6630만 달러로 2007년 8월(-5억8750만 달러) 이후 가장 컸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유학생이 최근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떠나는 학생이 훨씬 많이 늘어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은 관계자는 “방학이 시작되면 미국 캐나다 호주 필리핀 등에서 단기 연수생을 위한 캠프들이 성행한다”면서 “영어 교육에 대한 수요를 국내 기관이 맞추지 못하고 있어 학생들이 대거 외국으로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유학·연수 수지 적자는 44억1400만 달러로 전체 서비스 수지 적자(43억7740만 달러)보다 컸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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