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싼 삼성가(家) 형제들의 법정공방이 계속되면서 삼성그룹과 CJ그룹 간의 거래가 하나둘씩 중단되는 등 양측의 관계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삼성과 CJ는 오랜 기간 ‘형제기업’으로 함께 성장해왔지만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이자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81)씨가 지난 2월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삼성생명 주식 등 상속분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이후 사실상 남남이 돼 가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서는 CJ가 삼성에 대해 더욱 거리를 두는 모습이 눈에 띈다. 삼성카드를 쓰지 않는 CJ 임직원들이 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CJ 관계자는 3일 “외부에서는 삼성에 대한 불만 표시로 볼 수 있겠지만 삼성 측이 신용카드 결제 정보를 통해 CJ 고위 관계자들이 잘 가는 식당이나 술집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삼성카드 사용을 피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의 이재현 회장 미행사건 이후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은 그룹 차원의 지시나 조치 없이 자발적으로 형성된 움직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카드나 개인카드 구분 없이 삼성카드라면 기피하는 분위기다. 이런 움직임은 CJ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 두드러진 현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냉장고와 TV 등 전자제품과 스마트폰, 보험상품을 구매할 때 의도적으로 삼성의 경쟁사 제품을 택하는 CJ 임직원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계열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과의 계약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디저트 브랜드인 ‘쁘띠첼’에 이어 CJ푸드빌의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 ‘빕스’도 제일기획을 떠났다. 제일기획에서 빠져나간 CJ 광고물량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J는 지난 4월 주요 CJ그룹 건물의 보안 담당 업체를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과 에스텍에서 다른 회사로 변경하기도 했다.
CJ는 삼성전자가 CJ그룹 물류회사인 CJ GLS에 맡겼던 3000억원 상당의 동남아 지역 물류 거래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있다고 보고 대책을 강구 중이다. 다만 확전을 하는 데 대해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CJ 관계자는 “업계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일들을 상속 소송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 역시 “CJ제일제당의 해찬들 등 제일기획이 계속 광고하는 CJ 제품도 있다”면서 “주력 업종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삼성과 CJ를 경쟁적인 관계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