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3일 일요일

매도인 ‘변덕’에 발품 판 매수인 ‘허탈’



#. 회사원 성모씨(40)는 최근 집을 매입하려다 매도인들의 변심에 시간만 허비했다. 인터넷 포털에 급매물로 올라온 서울 강서구 A아파트 전용면적 59.9㎡가 마음에 들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직접 집까지 보고 왔다. 괜찮다 싶어 중개업소에 계약하겠다고 했으나 하루 뒤 돌아온 대답은 "집주인이 전세로 돌린대요"라는 황당한 말뿐이었다. 매물 검색부터 현장방문, 최종 결심에 이르기까지 발품 들이고 고민한 1주일이 아까웠다. 할 수 없이 며칠 동안 인근 단지에서 또다시 집을 알아봤다. 마음에 든 집은 가격이 저렴했으나 준공된 지 20년이 넘고 집주인이 보수를 거의 하지 않아 새시를 제외한 기본 수리비 견적만 1000만원 가까이 나왔다. 성씨는 500만원가량 낮춰달라고 요구했고 깎아줄 듯 말 듯 며칠간 갈등하던 집주인은 사흘 뒤 어렵다고 전해와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해당 물건은 다음 날 성씨가 본 가격보다 500만원 높은 가격에 급매물로 다시 나왔다. 매도자의 변심과 지루한 가격줄다리기 등에 지친 성씨는 "급매물이 많아도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로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신혼부부와 임대사업자 등이 선호하는 소형 아파트는 매도자의 본전심리 및 매수자 저가매수 심리가 팽팽히 맞서면서 집을 파는 것뿐 아니라 사기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소형은 상대적으로 가격하락폭이 작아 매도인들이 손절매보다는 본전심리가 더 강하다는 분석이다. 더 떨어질까 우려돼 급매물로 내놨다가도 막상 매수인이 나타나면 매물을 걷어가든지 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가격에 팔릴까" 간 보는 매도인?

현지 중개업소들은 요즘 같은 시기에 매도인이 변덕을 부리는 이유에 대해 이른바 간을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강서구 등촌동 D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지금 팔아야 할지, 아니면 계속 전월세를 놓을지 판단이 서지 않으면 일단 급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쉽게 말하면 이 가격에 팔릴까 간을 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런 경우는 대부분 소형"이라며 "임대수익은 짭짤한데 자본차익에서 마이너스가 나니까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내놓은 것으로, 중개업자 입장에서도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은평구 신사동 D공인 관계자는 "거래 한 건 성사시키기가 힘들다는 것은 바짝 마른 수요심리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소형아파트 집주인들은 대부분 실수요자들로 무리하게 대출을 끼지 않았고 집값도 상대적으로 덜 빠져 본전심리가 강하다"며 "그나마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중소형으로 몰리고 있어 매도인은 한푼도 깎을 수 없다고 하고 매수인은 수리비라도 빼달라면서 거래가 틀어지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고 설명했다.

■눈치싸움 더 치열해질 듯

전문가들은 시장의 방향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당분간 이 같은 눈치싸움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만큼 주택거래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2093건으로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달은 지난 21일 현재 1230건으로, 매우 저조한 거래량을 보이고 있는 데다 시행일이 불확실한 취득세, 양도세 감면방안 때문에 거래가 더 얼어붙어 이달에는 2000건마저도 위협받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소형주택은 그동안 덜 하락했고 전세가율이 높아 '전세'가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자부담에 시달리지 않고서는 버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가매수하려는 매수인과 팽팽한 신경전은 짧아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실장은 "주택거래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여기에는 신뢰성이 낮아진 정부대책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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