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깜짝 등장에 관심 고조…진정성·결단력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지연 기자 = 한진그룹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전이 뒤늦게 달아올랐다.
그동안 경쟁자가 없어 유찰됐던 KAI 입찰이 예상을 깨고 현대중공업그룹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쟁구도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계와 금융권 안팎에선 KAI가 누구 품으로 넘어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KAI 인수전' 경쟁입찰 = 27일 산업계와 금융계 등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 등 KAI 주주협의회가 이날 KAI 지분 41.75%에 대한 2차 공개경쟁 예비입찰 접수를 마감한 결과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입찰서를 제출했다.
1차 공개경쟁 입찰은 대한항공만 예비입찰에 참여해 유찰됐지만 이번에는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 등 두 곳이 참여, 경쟁구도를 갖추면서 입찰 절차가 진행될 수 있게 됐다. 국가계약법상 국유재산 등을 매각할 때는 두 곳 이상이 참여해 유효 경쟁이 이뤄져야 하며 두 차례 공개입찰이 모두 무산되면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된다.
공사는 입찰제안서를 평가해 주주협의회 결의를 거쳐 다음 주 본입찰적격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다음 달 예비실사를 거쳐 11월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연내에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KAI는 누구 품으로? = 이처럼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뛰어들면서 KAI 인수전은 새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후 입찰 마감시간 30분 전에 입찰 서류를 제출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1차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그동안 항공우주 사업을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꾸준히 검토해 왔다"며 "검토 결과 이번 입찰을 좋은 기회로 판단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현대중공업은 항공우주 분야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
현대중공업과 계열사는 조선 부문, 유전·가스전 개발을 위한 해양 플랜트, 발전·화공플랜트, 선박엔진 제조 등을 주요 사업 부문으로 두고 있다.
전력설비 생산용 전기전자 시스템, 건설장비, 정유 외에도 대체에너지, 증권·금융업, 호텔·관광업까지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이날 현대중공업이 KAI 입찰에 참여한 것을 두고 유효경쟁을 만들어주기 위한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조선업은 30% 정도의 비중 밖에 되지 않고 엔진, 기계, 전기전자 시스템 뿐만 아니라 방위산업과도 관련돼 있는 중공업 기업"이라며 "본입찰까지 계속 추가 검토를 하겠지만 우리한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깜짝 등장한 현대중공업과는 달리 대한항공(한진그룹)은 KAI 인수를 그룹의 숙원 사업으로 여겨온 터라 이번에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과거에도 세 차례나 KAI 인수전에 나섰다가 쓴맛을 보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항공우주사업과 관련 "세계 10위권 내 종합 항공기 솔루션 제공자를 목표로 지속 성장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KAI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KAI 매각이 서둘러 진행되는 과정에서 별다른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자 재계나 금융권 안팎에선 대한항공이 비교적 손쉽게 KAI를 인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2차 입찰까지 경쟁자가 없어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헐값 매각과 특혜 시비는 더 고조됐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일단 이번 입찰이 경쟁구도를 갖추게 되면서 한진그룹 입장에선 특혜 시비에 대한 부담은 다소 덜 수 있게 됐다.
반면 자금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 대한항공 입장에선 1조4천억원 내외로 추정되는 인수가격을 1조원 안팎으로 낮추기보다 경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입찰이 적어도 3개월 넘게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양사 모두 시간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현대중공업이 어느 정도 진정성을 갖고 이번 KAI 인수전에 뛰어들었는지와 매각 주체들의 결단이 KAI 매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 진행되는 인수·합병이기 때문에 결과와 과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더라도 특혜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indigo@yna.co.kr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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