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은 회생할 수 있을 것인가. 전문가들의 진단은 ‘쉽지 않다’로 요약된다. 현재 진행 중인 웅진코웨이의 매각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데다 ‘웅진의 상징’이었던 윤석금 회장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그룹 전체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웅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룹이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첫 번째 관심사는 웅진코웨이 매각작업이다. 웅진은 홀딩스가 갖고 있는 코웨이 지분 30.9%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1조2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상태다. 당초 매각대금의 지불일은 28일이다. 그러나 웅진홀딩스가 지난 26일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향배가 불투명해졌다.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28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매각계약이 폐기된 것은 아니며 인수 주체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의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MBK파트너스 측은 매각 파트너와도 사전 조율이 안된 법정관리 신청에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실제 웅진의 법정관리 신청 배경은 아직 미스터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대금이 들어와도 그룹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매각대금의 용처는 정해져 있다. 우선 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이 6000억원이나 된다. 이와 별도로 웅진홀딩스가 극동건설에 지급보증한 4232억원도 갚아야 한다. 1조2000억원이 입금돼도 남는 게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코웨이를 팔아도 뒷수습이 안되는 만큼 코웨이를 팔지 않고 홀딩스까지 묶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훗날을 도모하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웅진의 현실이 코웨이를 매각하더라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웅진그룹 전체의 부채는 10조원을 넘는다. 윤 회장은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 문제만 해결되면 다른 계열사들은 문제없다고 말하지만 채권단의 판단은 다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그룹 전체의 재무상황을 명확하게 판단해야겠지만 주력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황에서 다른 계열사는 괜찮을 것이라는 인식은 안일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통상 기업들의 사정이 어려워지면 채권단은 채권 회수에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멀쩡한 기업들도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벌써부터 그룹 내부에서는 웅진씽크빅 등 값이 나갈 만한 물건에 대한 처리 얘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 아니냐”며 “코웨이는 물론 씽크빅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웅진씽크빅은 웅진그룹의 모태이다. 웅진 계열사는 32곳이지만 코웨이와 씽크빅을 제외하고는 규모나 실적이 미미하다. 두 곳의 주인이 바뀌면 웅진은 사실상 공중분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병태 선임기자·이호준 기자 cbt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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