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7일 수요일

유럽발 위기에 한국 부동산 '휘청'



ⓒ시사IN 자료 서울 용산 재개발 지역의 낡은 건물들.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네 번째로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이 나라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에는 예산 흑자를 낼 정도로 재정이 건전한 편이었다.

1990년대 들어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자금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스페인의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산업이 바로 토건업과 금융업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스페인의 대형 금융기관과 지역 밀착형 저축은행들이 외국 돈을 끌어와 부동산 개발 및 주택 대출에 투자했던 것이다. 지자체들 역시 수십억 유로를 빌려 문화시설, 공항, 수영장 등을 건설했다.

덕분에 스페인에서는 1995년 이후 10년 동안 주택 공급이 700만 채 정도 늘었고 집값 역시 두 배 이상 올랐다. '자산가치' 상승으로 시민들은 부자가 된 기분에 젖어 소비를 늘렸다(스페인의 주택 소유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소비 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져 다시 집값을 올리는 일종의 '선순환'을 형성했다.

이런 행복한 시절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막을 내린다. 먼저 토건 부문에 거액을 투자한 은행이 부실해졌다. 거액을 투자했던 부동산 개발 부문이 중단되고 주택 대출 부문 에서도 제대로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스페인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GDP의 84%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은행의 손실을 메워주다 정부의 재정 상태까지 대폭 악화되었다. 한마디로 토건업과 금융업이 스페인 경제를 하늘 높은 곳까지 올렸다가 한순간에 내동댕이친 것이다.

한국도 스페인만큼은 아니지만 그동안 토건업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아왔다. 이에 묶인 가계부채 규모도 꽤 큰 편이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대출 규모가 912조원인데 이 중 부동산담보대출이 388.6조원에 이른다(KDI의 <2012년 1/4분기 부동산 시장 동향 분석>). 2005~2007년의 주택경기 활황 당시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한 시민들이 집값 하락과 거래 저조로 인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그리스 디폴트'가 국내 부동산 시장 붕괴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경제연구소 홍헌호 연구위원은 "국제 부동산 시장이 추락하는 경우 국내 부동산 가격도 무사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예컨대 국내 부동산 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및 PF(토건 투자) 부문이 부실화되고 이에 따른 '은행권 부실'이 경기침체 및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승일 정책위원은 "지난 1997년 금융위기는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시작되었으나 이번에 다시 금융위기가 터진다면 자산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가계 대출 부문의 부실화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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