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7일 수요일

'친절한 공정위' 대기업 담합에는 관대…전말도 뒤늦게 공개







[CBS 김정훈 기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포함된 국제 카르텔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내용이 담긴 의결서가 뒤늦게 공개됐다.

통상 35일 이내에 공개돼야 하는 의결서가 8개월이 다 돼서야 공개된 것도 의아스럽지만, 어떻게든 삼성과 LG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해주려는 정황도 엿보인다.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실이 지난 15일 공개된 'TFT-LCD 국제카르텔 사건'의 의결서를 분석한 결과다.

◈ 요건(리니언시) 못 갖춰도 관대하게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26일 한국과 대만의 TFT-LCD 제조 판매사업자 10곳이 LCD 패널 가격과 공급량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내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성전자가 961억 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받고 뒤이어 LG전자가 651억 원의 과징금을 받았지만, 삼성전자는 리니언시 1순위 혜택을 받아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고 리니언시 2순위인 LG전자도 과징금 액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리니언시는 담합을 자진신고할 경우 과징금을 전액(1순위) 또는 절반(2순위)으로 감액해주는 제도다.

단 리니언시 혜택은 담합의 종료를 전제로 함에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자진신고 이후도 담합을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리니언시 2순위인 LG디스플레이는 2006년 7월에 자진신고를 했다고 스스로 밝혔고 리니언시 1순위인 삼성전자는 자연히 그보다 앞서 자진신고를 했을 것인데, 의결서에 나온 담합 종료시점은 2006년 12월 7일이기 때문이다.

두 업체는 자진신고 후에도 최소 5개월 이상 담합을 벌인 셈인데도 공정위는 관대함을 베풀었다.

◈ 외국에서 처벌받았으니 약하게 처벌?

공정위는 또 삼성전자와 대만삼성, LG필립스, 대만LG 등이 같은 담합 사건을 이유로 EU에서 먼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20% 감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는 조사협조나 정부시책 등을 과징금 감경 사유로 명시하고 있지만 외국에서의 처벌 전례는 감경 사유에 들지 않는다.

이에 대해 송호창 의원실은 "국제 담합에서 다른 나라의 처분을 이유로 감면하는 것은 국제 담합 사건의 특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 항공화물 담합 사건의 경우,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리고 EU가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우리나라 과징금 부과를 이유로 과징금 감면을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 삼성-LG의 담합 피해자가 삼성-LG(?)

이와 함께 공정위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이 TFT-LCD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판매해 얻은 매출액만을 과징금 부과 기준으로 삼아 최종 과징금 액수가 줄어들도록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FT-LCD 패널을 사용해 만든 완제품의 판매 매출액을 제외한 것인데, "공동행위로 직접적인 손해를 입은 것은 국내에 소재한 완제품 제조업체"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한마디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간 담합의 피해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논리.

송호창 의원 측은 "간접매출을 제외한다고 해도 최소한 삼성전자와 같이 동일업체에서 생산한 완제품이나 LG전자처럼 계열사를 통해 생산한 완제품은 관련 매출액에 포함하는 것이 '부당이득 환수'와 '행정 제재'라는 성격을 갖는 과징금 제도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EU는 같은 사안에 대해 간접매출까지 포함해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공정위는 오히려 그 점을 감경사유로 들었다.

◈ 공정위 "과징금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은 의결서가 뒤늦게 공개되는 점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공개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결서는 35일 이내, 불가피한 경우 70일 이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복잡한 사안은 그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에서의 처벌을 이유로 과징금이 감경되는 것과 관련해, 또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명문화된 감경사유는 아니지만 공정위 재량 안에 드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과징금 부과 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을 두고는 "어떤 식으로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옳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저마다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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