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3일 일요일

국내 대표기업, 고용에 소홀했나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한혜원 기자 = 국내 주요산업의 각 분야 선두 기업이 지난 10년간 외형은 급성장한 반면, 이에 걸맞은 고용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고용을 너무 강조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도 있다.

수치상으론 10개 주요 산업분야의 매출 1위 기업 10곳의 2002∼2011년 매출은 2.5배로 커졌지만 직접 고용한 총 종업원수(비정규직 포함)는 32.1%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연평균 증가율로 치면 고용은 매년 10.7%인 반면 종업원수는 3.1%로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총 영업이익과 총 순이익의 연평균 증가율(8.9%·8.4%)과 비교해도 종업원수의 증가율은 큰 차이가 난다.

10대 기업의 총매출은 전년대비 2003년에 한차례 감소했을 뿐 이후 작년까지 매년 성장한 반면, 종업원수는 2006∼2009년 4년 연속 줄어들기도 했다.

물론 매출, 영업이익 같은 기업의 실적과 종업원수의 증가의 관계가 1대1의 정비례 관계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종업원수보다 기업의 실적 증가의 속도가 빠른 것은 생산성이 높아지거나 설비가 고도화한 것이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고용이 이윤과 생산의 극대화라는 시각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사회적 책임의 측면으로 옮겨가는 시대에 국내 대표기업이 '고용없는 성장'에만 치중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의 유연화라는 명분으로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의 질 역시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노동연구원 장홍근 연구위원은 "일자리 창출은 한국 사회가 대기업에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라며 "대기업이 경영 성과나 매출액 증가에 걸맞은 고용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10대 기업의 실적을 보면 전년대비 매출은 오히려 4.0%, 당기순이익은 52.6% 늘었지만 종원수는 2.7% 감소했다.

기업이 위기상황에서 종업원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셈이다.

국내에서 생산한 물건을 국외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뒀던 대기업이 이제는 생산 기반까지 해외로 넓히는 것도 국내 고용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비용 절감과 `노동 효율화'를 위해 부속 생산을 중소기업에 하도급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직접 고용의 필요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사 정규직을 고용하는 대신 비정규직을 사용하거나 하도급 업체에 생산을 맡겨 수요에 따라 인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장홍근 연구위원은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보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혁신 역량과 몰입도가 훨씬 높을 것"이라며 "기업은 비용에만 주목하기보다 혁신할 수 있으면서도 사회에 가치를 환원할 수 있는 방향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 기업들의 고용 부진을 기업만의 책임으로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책임감이나 도의적인 이유로 고용을 억지로 늘리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고용을 늘리려면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동기 부재, 노사관계 등 구조적인 틀을 바꾸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같이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리면 그만큼 법인세 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같은 정부의 노력을 주문하는 전문가도 있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일자리 문제는 별도 정책으로 관심을 두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며 "고용을 대기업의 책임으로만 남겨두기보다는 정책적으로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한국 대기업은 임금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등 여러 방면에서 노동자와 많은 갈등을 겪어왔다"며 "노사 모두가 양보하는 노력을 해야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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