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6일 목요일

커피믹스 전쟁…1년 내내 퍼준다







동서식품이 독점하던 시장에 남양유업 새로 뛰어든 뒤로 1년 내내 할인·증정 경쟁

식품가격 줄줄이 오르는데 홀로 40~50% 가격 내린 셈

커피 전문점 시장선 불황에 중저가 업체 급성장


'오리온 초코파이 25% 인상, 롯데제과 제크 20% 인상, 삼양라면 10% 인상, 코카콜라 7.7% 인상….'

최근 한두 달 새 값이 오른 먹거리 공산품들이다. 올 들어 인상된 기호식품과 생필품 종류는 수십 가지에, 제품 아이템 숫자로 따지면 수백 가지가 넘는다. 인상 러시다. 이유도 다양했다. 식재료비 가격 상승에 인건비와 임차료 인상…. 인상 대기 아이템들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유독 가격이 올라가기는커녕 최대 50% 가까이 인하 효과를 본 아이템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커피 믹스'다. 커피와 설탕, 크리머를 한 봉지에 넣어 한번에 타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커피 믹스를 소비하는 소비자는 2800만여명선(업계 추산), 1년에 소비되는 봉지 수는 92억개에 달한다.

커피 믹스는 최근 1년 6개월 동안 가격(실제 판매가)이 계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180개가 들어간 1상자에 2만4800원에서 2만5300원 정도 하는데 이를 2000원(8%) 정도 1년 내내 할인 판매 중이다. 여기에 10개를 덤으로 주면 1400원을 할인하는 효과가 추가로 생기고, 7000~8000원짜리 그릇과 물병을 또 끼워주면 실제 1만1000~1만2000원으로 40~50% 할인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다른 공산품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제품가 상승 시기를 노리고 있지만 커피 믹스 업체들은 가격을 올리겠다는 움직임 자체가 없다. 아울러 프랜차이즈 커피시장도 과거 고가시장이 팽창세를 보였지만, 이젠 중저가 프랜차이즈들의 매출 성장세가 높다. 과연 커피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커피 믹스 시장, 경쟁 도입되며 "1년 내내 할인"

이유는 바로 '시장원리와 치열한 경쟁' 때문이었다. 지난해 1월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출시하며 커피 믹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동서식품이 81% 점유율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한 시장에 후발 주자로서 도전장을 내민 것. 동서식품은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력 최고의 식품업체였기에 누구나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커피 믹스 제품들. 국내 커피 믹스 시장은 치열한 경쟁 체제로 바뀌면서 먹거리 공산품 중 유일하게 실구매 가격이 하락했다. 업체들이 1년 내내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이젠 ‘할인가가 정상가’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그러자 남양유업은 시장을 뚫기 위해 '합성물 대신 우유를 넣었다'는 특성을 내세우면서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할인공세를 대대적으로 펼쳤다. 180개가 들어간 1상자 가격을 2만5000원에서 10% 정도 할인해 파는 것에 더해, 믹스 10개를 더 주고 보온병이나 면 용기 등을 추가 증정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기존 1위 업체가 독과점적인 힘을 발휘하는 통에 대형마트 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독과점 시장이 낳은 비싼 값에 식상해 있었다. 후발 주자가 저렴한 값으로 치고 나오자 손을 내밀었다. 남양유업 점유율은 지난해 9%로, 올해는 15%까지 추가 상승했다. 반대로 동서식품은 74%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동서식품도 가만있지 않았다. 2만4000원 정도 하는 자사 브랜드인 모카골드 1상자를 할인해 팔고 10개짜리 제품을 추가로 주는 것 외에 도시락이나 반찬 그릇을 증정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하나에 7000~8000원 정도 하는 물병이나 그릇 하나만 빼도 매출이 줄다 보니 할인과 증정행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년 반 동안 경쟁이 지속되면서 대형마트들은 "커피 믹스의 경우 이제는 할인 가격이 정상가가 됐다"고 결론 내렸다. 시장의 승리였다.

◇불황에 중저가 프랜차이즈 커피도 인기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도 비슷한 현상이 일고 있다. 중저가 브랜드들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 중저가 브랜드인 이디야커피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50% 늘었다. 가맹점도 빠르게 늘어 700호점을 돌파했다. 스타벅스가 상반기 기존 매장 매출이 10% 정도 늘며 주춤한 것과 대비된다. 저렴한 아메리카노의 경우 매출 비중도 37%에서 43%로 늘었다. 이디야 성중헌 마케팅팀장은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의 커피를 선호하면서 500원 비싼 카페모카의 경우 매출이 4% 정도 줄었다"고 했다.

도넛 전문점이지만 원두를 굽는 공장을 운영하는 던킨코리아의 커피 매출도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23% 늘면서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2012 커피 경쟁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던킨코리아 관계자는 "원두를 볶는 공장을 직접 운영해 좋은 품질의 커피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진 기자 mozart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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