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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동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주변의 인력시장이 여름철 비수기와 줄어든 공사물량으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곳은 평소 같으면 매일 400~500명이 모여들 정도로 서울의 대표적인 새벽 인력시장이지만 최근에는 일감이 줄어 많아야 300여 명에 그치는 등 건설경기 침체 현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새벽인력시장이 활기를 잃으면서 남구로역 인력시장과 공생하는 상인들도 덩달아 침체를 맞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직격탄
1일 기자가 찾은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주변 인력시장에는 새벽 4시부터 하루 일자리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인력 소개업체가 몰려 있는 2번과 5번 출구 주위는 일용직근로자들로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했다.
계속된 열대야로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도착한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간간이 런던올림픽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의 화두는 단연 줄어든 일자리 얘기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일감이 크게 줄었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한 50대 일용직근로자는 "일이 너무 없다"면서 "일감은 확 줄었는데 일을 원하는 사람은 많다 보니까 일을 구한다 해도 받는 돈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에는 일을 적게 해도 어떻게 버틸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일이 없으면 올겨울이 걱정"이라며 한숨지었다. 주변에 있던 또 다른 일용직근로자는 "일당이 9만원에서 8만원으로 깎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또 "지난해에는 김포에서 공사가 많아 재미를 봤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요즘은 거리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감이 줄어들고 일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변 상인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남구로역 일대에는 간판은 붙어 있지만 불이 꺼지고 문이 닫힌 인력사무소가 눈에 띄었고 인력시장 주변의 가판 상인들과 소규모 상점 상인들도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구로역 일대에서 일용직근로자들이 필요한 토시(일할 때 소매를 가뜬하게 하고 소매가 해지거나 더러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덧끼는 물건) 등을 파는 한 상인도 "가판을 벌이고는 있지만 보다시피 물건을 사가는 사람이 있느냐"며 "이 사람들이 일자리를 많이 얻어야 나도 장사가 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주변 영세 상인도 '한숨'
구로구청이 제공하는 무료 온수 가판대는 한푼이라도 돈을 아끼려는 일용직근로자들이 몰리면서 이날 새벽시간 내내 북적였다. 구청에서 제공하는 온수를 일용직근로자들에게 나눠주는 한 관계자는 "일거리가 줄어서 그런지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끼리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오전 6시가 가까워지면서 남구로역 주변은 일을 얻으러 나온 일용직근로자들과 이들을 건설현장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승합차들이 뒤엉키면서 혼잡한 상황을 연출했지만 여전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차에 몸을 싣지 못하고 길거리에 서 있었다. 일자리를 구해 승합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안도감이, 그렇지 못하고 길거리에 서있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걱정이 묻어나왔다.
건설노조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며 이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펼쳤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딴나라 얘기처럼 들리는 듯했다.
한편 남구로역을 비롯한 다른 인력시장의 이 같은 어려움은 당장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경기 침체가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64.3으로 7월 실적 대비 1.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C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건산연 이홍일 연구위원은 "혹서기 지속과 정부의 5·10부동산 대책, 지난달 내수활성화 조치 등이 당장 건설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건설사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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